간단한 호기심이 하나 생겼다. 얼마 전 '다음'에서 해상도 높은 지도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이를 이용해 노원구 소재 각 학교들의 운동장을 비교하고 싶어진 것이다.
갑자기 웬 운동장? 내가 어릴 적엔 차도 거의 없었고 공터도 많아 지천이 놀이터이고 운동장이었지만, 지금은 애들이 맘껏 뛸 수 있는 곳이 서울에선 학교 운동장 말고는 거의 없어서 학교 운동장 규모에 차이가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노원구 소재 초중고등학교 운동장 규모를 '다음'의 '스카이뷰' 서비스를 활용했다(초등학교 42개, 중학교 26개, 고등학교 25개).
일일히 검색하기엔 좀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시작해 볼까!
그러나 시작 하자마자 문제 발생! 나는 '운동장은 모두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운동장 규모가 엄청 크다면 직사각형을 벗어날 수 있지만 내가 다닌 학교들은 모두 네모 반듯한 직사각형이었다. 현실은 이와 달랐다.
축구 골대가 서로 마주보지 못하고 엇나가 있지만 이쯤은 애교다. 좀더 기발한(?) 모습의 운동장을 보시라.
야구장이라 우겨도 믿겠다.
운동장이 대충 칠각형이다.
적분을 제대로 못한 기분이다.
거의 예술 되겠다.
공은 앞으로만 차야 한다. 옆으로 찼다간 담벼락 넘기기 일쑤겠다. 이런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니 면적을 이용하는 거 외에는 달리 비교 기준이 마땅치 않게 됐다.
그러나 면적은 내가 원한 자료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운동장은 뜀박질하는 곳이고, 뜀박질이라 하면 100m 달리기는 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체력장에서 100m 달리기는 50m 달리기로 바뀌었다. 운동장이 저 모양인데 100m 달리기를 어떻게 하겠나.
비교는 접어두고 그냥 보자. 이번엔 일자리 나누기가 아닌 운동장 나눠 쓰기?
초·중·고 총 3개 학교가 모여 있는데 운동장은 두 개 뿐이다. 물론 더한 곳도 있다.
여긴 초·중·남고·여고 총 4개 학교가 모여 있으나 운동장은 달랑 두 개다. 아마도 초등학생들은 고학년들에 치여 운동장에서 뜀박질하긴 글러 보인다. 뭐 어짜피 학원 가느라 뜀박질할 시간도 없겠지만. 그러나 있는데 '안' 뛰는 것과 없어서 '못' 뛰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
여기는 일반계·전문계 여고 두 개가 붙어 있는데 운동장은 하나다. 이쯤되면 노원구엔 거지발싸개(?) 같은 운동장만 있는가 보다 하겠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인데, 운동장이 아니라 축구장을 만들어 놨다. 운동장이면 어떻고 축구장이면 어떻겠냐만, 400m 달리기에서 각진 코너 봤는가?
'기술입국'이 어째서 '기능입국'이 됐는진 모르나 운동장 하난 광활하다. 이게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국제 규격을 따른 월드컵 경기장을 들이대면 대충 감이 온다.
그리고 아래는 90여 개 학교 운동장을 내려다 보면서 가장 안쓰러웠던 학교다.
그림 상으로는 운동장이 축구장의 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 외에는 그리 나무랄 데 없어 보이지만, 학생이 1,100여명이 다니는 고등학교 운동장이란 게 문제다. 왜 문제냐? 뛸 필요도 없고 패스할 필요도 없다. 공 한번 차면 골대다.
체력이 약하다고 호들갑 떨며 체육관 보내느라 입에 거품 물지 말고 체력 단련의 시발점인 학교 운동장이나마 제대로 갖추자.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