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에서는 대략 800개, 대형마트에서는 약 15,000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한다. 이렇게 많은 품목을 다루다 보니 재고관리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다고 재고관리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일괄적으로 처리할 만한 기준이 뭐 없을까?
A라는 단품이 있다고 하자. 1주일에 평균적으로 4상자를 판다면 적정 재고량이 얼마나 필요할까? 그냥 4상자만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떨 땐 7상자도 팔리는데 4상자만 구비하고 있다면 3상자를 못 파는 상황이 되어 버리니 창고에 쌓아두더라도 적어도 4상자 보다는 조금 더 구비하고 있어야 되겠다(단, 적정재고량 = 매장진열량 + 창고재고량).
그런데... '방법 없다. 찍자! 무작위로 찍기 위해 정12면체 주사위를 만들어서 각면에 1부터 12를 기재한 후 삼세 번 굴려서 평균을 구하면 6.5니까 7상자 있으면 되겠다' 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왜냐? 정15면체 주사위를 이용했다면 평균이 8이니까. 즉 무당 굿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주먹구구다(그런데 정15면체가 존재하나?).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 때 날 좀 뽜숑하는 게 있다. 포아송 분포라고(아~ 그 전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정 재고량은 얼마면 좋을 지 먼저 점 찍어 두시기 바란다).
포아송 분포란 일정 기간 동안에 발생되는 빈도의 분포를 설명하는 데 잘 들어 맞는다고 하니 이를 이용해 보자(더 깊게는... 나도 모른다). 포아송 분포가 편한 게 하나 있는데, 모수를 평균 하나만 알아도 된다는 거다. 그러면 분산은 자동 계산된다. 아니 계산할 것도 없다(어떻게? 분산 = 평균).
포아송 분포에 평균 4상자를 들이밀면,
A라는 단품을 상자로 구분지었을 때, 1주일에 한 상자도 팔지 못 할 가능성은 약 0.0183 되겠다(P{X=0}). 그리고 한 상자 팔 가능성은 약 0.0733이다(P{X=1}). 이 때 한 상자도 못 팔 가능성과 한 상자 팔 가능성을 더하면 약 0.0916이다(P{X≤1}). 이는 역으로 두 상자 이상 팔 가능성은 1 - 0.0916이므로 약 0.9084이다(1 - P{X≤1} = P{X≥2}).
이젠 거꾸로 계산해 보자(참고로 통계는 누적 확률을 아주 애용한다). 10상자 이상 팔 가능성은 1 - 0.9919 = 0.0081로, 많이 팔고 싶지만 이렇게 팔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P{X≥10} = 1 - P{X≤9}). 그럼 8상자 이상 팔 가능성은 1 - 0.9489 = 0.0511로 어째 많이 봐온 숫자다. P{X≥8} 유의수준 0.05라고...
A 단품을 상자로 1주일 단위로 판매빈도를 관리하는데, 이 상자가 평균이 4인 포아송 분포를 따른다고 한다면, 빈도가 커질수록 그만큼 팔릴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건 자명하다. 그리고 8상자 이상 판다면 평균이 4인 포아송 분포가 아닌 다른 분포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예를 든다면 평균이 5나 6인 포아송 분포, 이도 아니면 타 분포).
그런데 현재 알고 있는 건 평균이 4라는 것과 포아송 분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랬을 때 적정 재고량은 7상자다. 물론 유의수준은 본인 마음대로 정하는 건데, 괜히 유의수준 0.1, 0.05, 0.01 쓰는 게 아니니 참고해서 정하면 별 일 없을 것이다(만약에 별일 있다면 자료가 미쳤던지 분포가 적절치 않았던지 둘 중 하나다).
이 처리 과정을 엑셀로 한다면 poisson 함수를 이용하면 된다.
앞에서 여러분이 찍은 적정 재고량이 계산된 적정 재고량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짐작컨대 아마 얼마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평균이 작으므로 선택의 폭 또한 좁았을 것이니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평균이 작다고 왜 선택의 폭까지 좁아졌을까? 이는 우리가 통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아니지만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명할 순 없지만 그 감각이 더 의미 있다고 본다(참고로 그 '감각'을 전문용어(?)로 '통밥'이라고 한다).